자연섭리의 무위 [국정일보 문이주 기자]

문이주 기자

작성 2020.08.03 11:08 수정 2020.08.03 11:08

문이주 기자 =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막히면 돌아서 가고, 웅덩이가 있으면 그 곳부터 먼저 채운 다음 넘칠 때 흘러가는 자연의 섭리에 어김없이 흐르는 것이 물이다.

동양사상에서 무위(無爲)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게으름뱅이를 일컫는 말이 아니라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고 그대로 따라가는 것을 가리키기도 한다.

개개인의 생활방식을 거스르지 않음으로써 붕괴되지 않는 삶으로 이어지고, 불행으로 이끌리지 않는 절대 행복의 길에서 이탈하지 않는 인간의 삶을 무위라고 하기도 한다.

머리 좋은 사람을 우대하지 않으면 백성들 사이에 경쟁은 일어나지 않는다. 손에 넣기 어려운 진기한 물건을 중시하지 않는다면 백성들 사이에 도적질 하는 자가 없어질 것이다.

이 무위의 정치가 실현된 때가 있었으니 진시황이 전국을 통일한 후 얼마 안가서 전국의 군웅들이 할거하다가 나중에는 유방과 항우의 두 사람으로 압축된 초한전의 승자인 유방이 한()나라를 세웠을 때다.

바로 이 무위의 힘으로 오랜 전쟁에 찌들고 황폐해진 국토를 짧은 기간 동안 번영으로 이끌어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방을 따르면서 건국에 공로가 컸던 조참은 한나라 건국 이후 제나라의 영주로 책봉된 고조 유방의 아들을 따라 가서 그 곳의 재상이 되었다.

조참은 즉시 그 곳의 대 선배들과 학자들을 모아놓고 민생을 안정시킬 정책을 물었고, 거기서 들은 그대로를 정사에 반영하였다.

그로부터 9년 후 혜제 때에 중앙정부의 재상이 되었는데,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머리 좋은 관리를 물리치고, 머리보다 심덕 좋은 사람을 임명한 것이다.

그리고 형법을 줄이고, 조세를 줄이고, 지방의 일은 지방에 맡기고, 국민들의 일은 국민에게 맡기고, 중앙으로 부터의 관리와 통제는 삼가고, 전임 재상이 행한 것 외에는 일체 어떤 일도 행하지 않고, 부하의 사소한 과실은 모르는 체 하며 문책하지 않고,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밤낮 술만 마시고 지냈다.

고관들이 간언하려고 찾아오면 무리하게 억지로 술을 권하여 말을 하지 못하게 하였다.

2세 황제 혜제가 이를 보고 주의를 촉구하자 조참은 선대의 고조 황제님이 천하를 평정하시고 법령도 정하신 것을 우리들은 오로지 이를 지켜 잘못이 없도록 하는 것 외에 우리들이 더 무엇을 덧붙일 일이 있겠습니까?” 이처럼 하는 일이라고는 술 마시는 일 밖에 없었던 그가 역대 가장 뛰어난 명재상이란 이름을 남기게 되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진()나라에서 천한 농민 출신 진승(陳勝)이 내뱉은 왕후장사의 씨가 따로 있더란 말이냐?’ 라는 외침과 함께 군웅들의 각축장으로 변한 중국은 최종 승자로 유방이 선택 받았다.

방이 진시황과 다른 점은 그의 수성(守成) 전략이다

유방은 진나라와는 달리 옛 공신, 귀족, 친인척들을 왕으로 봉했다.

진시황과 고조 유방의 큰 차이는 유방이 온건하면서 느긋한 성품인데, 진시황은 결과를 빨리 보려는 성급한 성품이었던 데서 찾을 수 있다.

엄격한 형벌을 제정한 진나라는 결과적으로 민심을 지치게 만들었고 백성은 진나라 정치에 대한 희망을 버렸다.

항우보다 한 걸음 앞서 진나라 수도 함양에 입성한 유방이 각 현의 부로들을 초청하여 발표한 약법삼장이라는 공약은 그가 민심의 추이를 잘 파악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부로들께서는 오랫동안 진나라의 가혹한 법에 시달렸소. 그 동안 조정을 비방하는 사람은 가족이 몰살당하는 화를 입었고, 모여서 수군거리는 사람들은 저자거리에서 사형에 처해졌소. 지금 부로들에게 단 세 가지의 법령만 제안하니, 사람을 죽인 자는 사형에 처하고, 사람을 다치게 하는 자와 남의 물건을 훔치는 자는 그 죄에 따라 처벌할 것이오. 나머지 진나라 법령은 모두 폐지하여 모든 관리와 백성들이 예전처럼 편안한 생활을 누리게 할 것이오. 내가 이곳에 온 것은 부로들을 위해 해독을 없애고자 함이지 포악한 짓을 일삼으려는 것이 아니니 두려워 마시요법이 간략할수록 더 인심을 얻게 되어있다.

의 진정한 의미는 물 흐르듯 적용할 때 살아나며, 기존의 법령을 하나 둘씩 폐지해 나갈 때 그 사명이 완수되어 나간다.

혜제는 팔짱만 끼고 아무 일도 하지 않았으며, 여태후가 여자이면서도 황제의 직권을 대행함으로써 천하는 태평하고 안락했다.

민심이 변덕스러운 것이 아니라 민심의 지표를 읽는 자들의 마음이 변덕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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